탐사자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KPC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크리쳐 사태 종식 이후 10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마침내 선포합니다." "안심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세계는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 준비되었다면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영웅에게 걸맞은 최후를 준비해두었습니다.
눈알에 달라붙은 듯한 눈꺼풀을 뜨면, 당신은 차차 처지를 깨닫습니다. 차창 밖으로 고가도로의 주홍색 불빛이 스쳐 지나갑니다. 운전대를 잡은 KPC가 전방주시를 잃지 않은 채 침착히 말합니다. “탐사자, 정신이 좀 들어?” “아까 네가 감염됐어.” “그런데 두고 갈 수는 없어서….” 맞아요. 좀비가 세상을 점령한 지 이틀째. 당신은 벌써 감염된 모양입니다. 그래도 버리지 않은 건가? 옅은 감동을 느끼려는 찰나였습니다. “일단 이를 다 뽑고 묶었는데, 이해해 줄 거지?” 뭐? 이 새끼야?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최강의 인류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 AOC는……." "오늘 자정, 본부에서 A급 범죄자들의 공개 처형식을 거행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의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아니, 나는.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1231……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의를 수호하나요?
먹먹하게 흐린 하늘, 먼지처럼 흩날리는 눈송이,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추위. 당신은 피 웅덩이 속에서 깨어납니다. 어깨의 벌어진 상처에선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며,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끔찍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경찰이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더 시민들에게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면 허구한 날 나오니까요. 이를테면 지금 당장 리모컨 버튼을 눌러볼까요. 저 채널에서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형사가 등장합니다. 이 채널에서는 수십명을 상대로 싸우는 경관이 나오네요.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보편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치열하기만 한 삶의 현장. 누군가의 악의를 뿌리 깊이 파헤쳐서 뽑아버리는 직업. 불타오르는 사명감. 하지만, 시민들이 모르는 점도 있지요. 보통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경찰이란 수사 1과의 모습이라는 것을. 경찰의 내부 조직에서는 정말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A부터 Z까지 말하라고 하면 적어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릴 거예요. 어쨌든 그중에서는 기동수사대. 즉, 기수라 불리는 직함이 있습니다. 사건 수사는 그들이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초동수사를 한 다음 적합한 과에 사건을 넘겨요. 곧바로 다음 사건이 발생한 장소로 향하지요. 시작의 물꼬를 트더라도 끝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 어쩌면 동경하던 모습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기로 합시다. PC. 당신은 늘 최선을 다해야하잖아요. 가슴 한쪽에 넣어둔 경찰수첩의 무게를 잊지 마세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곧은 자세로 앉아볼까요. 오늘은 4기수로 발령받은 첫날입니다. 저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은 함께하게 될 파트너일 거예요. 떨리지 않는다면 분명 거짓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자주 보게 될 사람. 매일 함께 출동하며, 하나의 순찰차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잖아요. 누구나 함께하기를 바라는 인간군상은 있는 법입니다. 경찰로서 노하우를 가진 이상적인 선배라거나. 성격이 정말 좋은 동료라거나. 그러니까, 적어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지금 그 말을 해야 하는 건 네가 아니란 말입니다. KPC!
N시, 오버드의 집에 사람 머리 하나 크기의 소포가 도착한다. 소포를 받은 이들은 핏자국만 남기고 사라진다. 다음 날, 하수구에서 내장이 전부 사라진 시체가 발견된다. 비정형의 세포 하나가 형태를 되찾는다. Dx3rd 『비정형 세포』 ──세포(細胞) : 모든 생물체의 구조적, 기능적 기본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