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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짜 동물병원에 70만원 뜯기고 고양이 딸에게 미움받게 된 ssul
일상결연2025.07.13 03:04

일의 시작은 단순했다…… 10년간 키운 나의 아기. 나의 천사. 나의 귀여운 통이가 병에 걸려 급사하고 만 뒤 불안함이 커진 나는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제 8살이 된 나의 공주 고양이 꼬맹이의 건강검진을 속히 진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원래 다니던 병원…… 너무 멀어.
차타고 20분은 걸려……
글고 쫌 오래된 시골 동네 동물병원 느낌이고……
검사장비도 몇 없고…… (초음파랑 엑스레이가 안 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집 근처에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동물병원이 있었으며 건강검진도 패키지로 있었다. 초음파도 있고 엑스레이도 있고…… 딱히 여기로 안 갈 이유도 없어서 나는 당장 전화해 예약했다.

엑스레이랑 초음파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해야 되겠다고 느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꼬맹이가 좀…… 안 하던 기침을 계속 했다. 포복자세를 하고 바닥에 목을 바짝 대고서 켁켁하고 30~40초 정도 기침하는데, 일단 기침이니까 기관지쪽이 안 좋은 걸까~ 그럼 역시 엑스레이를 찍긴 해야겠지~ 라는 생각으로…… 원래 가던 동물병원이 아니라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간 것이다.

난 거기가 사짜일줄은 꿈에도 그리지 못했다. 씨발.

애를 아침에 데려갔는데 점심 다 돼서야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이건 뭐 이해 가능하다. 피 검사며 이런 게 단번에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근데? 검사 결과를 따악 보여주더니 "췌장염이 의심된다" 라고 하는 것이다. 난 이 시점에서 멘헤라가 됐다. 통이가 처음 진단받은 병명이 췌장염이었어서(결국 신장염인 게 밝혀지긴 했지만 어쨌든 췌장 염증 수치가 높긴 했다) 췌장염 소리를 들으니 우리 애가 또 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수치만으로는 췌장염인지 진단을 확실하게 못 하고, 췌장염 검사를 따로 해 봐야 한다" 라고 해서 나는 그렇게 해주시라고 했다. 건강검진하려고 월급에서 35만원 떼어놨었다. (건강검진이 27만원) 8만원 정도 추가비용이 나오는 건 괜찮겠지 싶었다…….

췌장염 검사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데 뽑아둔 피로도 검사가 되니까 일단 애는 집에 데려가랜다. 그리고 와서 수납하라고 해서 난 집에 꼬맹이를 데려갔다. 꼬맹이는 진짜. 진짜 개 빡쳐있었다. 난 꼬맹이가 날 찢어죽여도 인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자비를 베푸셔서 죽지는 않았다. 그렇게 꼬맹이에게 사죄의 츄르를 바치고 나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전화를 기다렸다. 전화해준다고 했걸랑.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중대사가 예약되어 있거나 마음이 불안하면 잠을 못 자고 그대로 밤을 샌다. 꼬맹이 건강검진은 엄청난 중대사였다. 그래서 나는 진짜 한 숨도 못 잔 상태였고, 검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몰라서 눈 붙이는 것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리고 수납도 안 했잖은가……. 난 사기꾼으로 잡혀가긴 싫었다.

여기서 중요함: 나 잠도 못 자고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안 왔다. 그래서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내가 전화했더니 "아 검사결과 나왔다 오셔도 된다" 라고 했다. 그래서
나: 네? 네
라고 함. 여기서 쎄함을 느꼈어야 했는데 밤을 새서 그럴 사고 능력이 없었다. 씨발.

아무튼 췌장염이고 약 조제해드릴 거고 처방사료가 있으니 이거 먹이시고 기타 등등 안내사항을 들으며 진료실을 나온 나. 39만원을 결제한다. 쌉거지가 돼서 엄마한테 돈도 빌렸다.

받은 약은 2주치. 아침 저녁으로 하루 2회 먹이는 스케줄이었다. 그래도 꼬맹이가 정말 착해서 약을 잘 받아먹어줬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약을 먹이니 기침도 뚝 멈췄다. 헤어볼도 잘 토했다. 여기서 나는 이 병원에 신뢰를 느끼고 다음 예약일에 진료를 보러 갔다.

췌장염 전혀 안 나았어~
수치 3.9였는데 4.0 됐대~

2주마다 오기에는 내가 금전적으로 여유롭진 못해서 한 달치 약을 받았다. 그리고 항생제 주사도 맞혔다. 약도 받았는데, 병원에서 "죄송해요~ 저희가 잘못해서 약을 하나로 조제할 걸 두 개로 조제했어요. 다시 해드릴까요?ㅠㅠ" 라고 해서 "아 괜찮아요~ 저희 애 약 잘 먹더라구요." 라고 했다. 약을 두 종류 받았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두 개씩 하루에 약을 네 개 먹여야 한다. 이렇게 돼서 총 비용 28만 8900원……. 나는 또 거지가 됐다. 엄마한테 돈도 빌렸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

결연은 통이의 췌장염 진단 경험 때문에 인터넷에 "췌장염 고양이 관리", "췌장염 고양이 영양제" 등을 검색해 본 내역이 있다. 그때 본 내용이 하나같이 말한 게 뭐였냐면

"췌장염엔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고 증상에 맞는 치료를 하는 대증치료를 한다."
"사실상 수액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보면 된다."

였다.

무슨 약을…… 뭘 준 거지?

그냥 항구토제랑 항생제 처방해준 거겠지? 구토를 하고 염증이 있으니까…….

의문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애가 이 약을 먹고 기침을 더 안 하게 된 건 확실하니까……. 나는 그냥 계속 먹었다. 꼬맹이가 착하게 잘 받아먹어주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간과한 점이 있다면 꼬맹이가 초예민 고양이라는 점이었을까…….

3주쯤 지나자 꼬맹이가 고개를 격하게 흔들어가며 약 먹기를 거부했다. 어떻게든 먹이긴 했지만 속이 답답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먹여야 하나? 스트레스 받아 하는데?

3주 반쯤 지나니 약을 토했다. 계속 스트레스 받고 토하니 기운도 없고 사람도 싫어진 꼬맹이는 소파 뒤며 계단 밑, 동생 방 침대 헤드 뒤로 계속 숨었다.

통이는 죽기 전에 계속 소파 뒤, 계단 밑, 동생 방 침대 헤드 뒤에 숨었다.

나았던 정신병이 다시 심해진 기분이 들었다. 꼬맹이는 이제 내 손이 입가에 닿기만 해도 토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밥이나 물을 먹는 모습도 안 보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지만 췌장염은 고양이를 죽일 수도 있는 병이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꼬맹이가 죽을 수도 있다.

너무 불안했던 나는 꼬맹이를 쓰다듬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그냥 이제 약 안 먹이고 사는대로 살다가 가게 하는 게 꼬맹이한테 더 나을 것 같기도 해요……. 너무 스트레스 받아해서 저도 못 봐주겠어요."

약은 6봉지 남아있었다. 나는 그 날의 저녁 약을 먹였다. 꼬맹이는 약을 토하며 소파 뒤로 숨어들었다. 마음이 너무 이상했다. 우울했다. 꼬맹이는 버려져 있던 걸 내가 구조해 온 고양이라서, 사람을 정말 싫어하면서 나를 정말 따랐다. 그런 애가 이젠 내 방에 들어오지도 않고 내 손길을 피했다.

나는 인터넷을 계속 뒤졌다. 췌장염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증치료를 한다고 한다. 꼬맹이는 나를 피하고, 스트레스 받아 하고, 밥도 안 먹는다. 그러던 와중에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색의 아주 진한 노란색 토를 했다.

인터넷을 뒤졌다. 췌장염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에게 말했다. 이런 노란색 토를 했다고.

엄마는 원래 가던 병원에 가자고 했다.

일단 증상도 증상이고, 무슨 약을 먹였는지는 알아야 하니 병원에 전화했다.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췌장염으로 약을 처방받아 갔었는데 혹시 무슨 효과 있는 약인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잠시만요. …… 그때, 네, 항생제랑 위 보호제랑 췌장염 치료제 들어가 있어요."

췌장염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 자료까지 뒤져봤는데도 없었다.

"그러면 혹시, 그때 약을 잘못해서 두 알로 조제해 주셨거든요. 그런데 애가 약 먹는 걸 너무 스트레스 받아 해서,"
"네."
"약 들고 가면 혹시 한 알로 합쳐서 다시 조제할 수 있을까요?"
" …… 전화 바꿨습니다. 꼬맹이요, 저번에 오셔가지고 약 타가셨을 때, 기존에 약 용량이 너무 많이 들어 있었어서 약을 따로 분리해서 드렸어요. 다음부터는 하나로 드린다고 했었는데, 그때 괜찮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때 괜찮다고 했으면서 왜 지금 지랄이냐는 소리다. 그렇게밖에 안 들렸다. 난 심신미약 상태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랬죠, 그런데 2주까진 잘 먹었는데 그 이후로 너무 스트레스 받아해서……. 혹시 가능할까 여쭤 본 거예요."
"네, 그래도 일단 지금 약까지는 먹여주시고요~. 다음에는 확인해서 꼭 한 알로 지어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이 병원에 다시는 갈 생각이 없어졌다. 동물병원 종사자이지 않은가? 말도 안 통하는 동물이 약을 한 달이나 억지로 먹여져 토할 정도로 스트레스 받아 하는데, 그 양이라도 줄일 수 있나 물어봤을 뿐이지 않나? 그런데 잘 먹다가 갑자기 스트레스 받아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를 못하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내가 진상이었나? 내 폰은 전화 내용을 자동으로 녹음해서 통화 요약본을 만들어 둔다. 난 통화 내역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난 진짜 정중하게 물어봤는데 이게 내가 진상이었던 건가……. 모르겠다 시발 진상하겠다 그냥.

그날 당장은 시간이 늦어서 병원에 못 갔고,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다. 꼬맹이는 이제 내 손이 입가에 닿기만 해도 토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마침내 꼬맹이 차례가 되고, 진료를 보러 들어갔다. 지금까지의 경위를 적어 간 종이를 원장님께 드리자 원장님은 기가 막혀 했다.

"일단 검사를 해 봐야 아니까, 검사를 할 건데, 아니, 고양이한테 약을 왜 먹이라고 했대? 고양이 약 먹으면 토하고 난리 나서 안 돼. 췌장염은 그리고 약으로 다스리는 병이 아니야, 수액을 맞혀야지……."

씨발 어쩐지! 이 개새끼들!

원장님은 꼬맹이의 앞다리 털을 밀고 거기서 피를 뽑아가셨다. 다시 대기하는데 출근 시간이 다 돼서 나는 급하게 택시를 타고 일터로 향했다. 일하고 있는데도 마음이 불안해서 좌불안석이었다. 그냥 내 한 달 월급보다 많은 70만원을 웬 사짜 병원에 뜯겼는데, 그래서 애 병이 나은 것도 아니고 그저 나를 증오하고 혐오하게 되기까지 했단 사실이 너무 절망적이고 화가 났다. 나를 잘 따랐는데……. 가족들 다 내 딸이라고 할 정도로 나만 좋아했는데…….

엄마가 검사 결과를 전해 줬다. 췌장염인지 아닌지를 볼 때는 소화수치와 염증수치를 보는데, 소화수치는 멀쩡하고 염증수치만 높다고 해서 수액을 맞히고 엄마가 퇴근할 때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나는 불꽃 구글링을 통해 "췌장염 치료제" 라고 불리는 약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게 소화제라는 사실도 알았다.

이 씨발 사짜 새끼들…….

엄마가 퇴근하면서 꼬맹이를 데려왔다. 수치는 완전히 정상이 됐다고 한다. 이 씨발 좆같은 사짜 새끼들, 아니 욕 그만 해야, 이 씨발 새끼들.

췌장염 검사를 했더니 수치는 3.1로 내려왔다. 그런데 애초에 검진 받았을 때 3.9였다가 다시 데려갔더니 4.0이 됐다고 했잖은가? 그런데 여기서 대반전~

3.5~4.0까지는 그냥 주의 깊게 살펴보는 단계고 그 이상부터 심각하게 보고 관리한다고 한다. 씨발 진짜.

나는 사짜 병원을 존나 씹었다. 나의 노비들도 인정해줬다. 존나 씹을만 했다. 꼬맹이는 병원에서 돌아온 뒤 앞다리 털을 밀린 분노도 나에게 돌리고 소파 뒤며 계단 밑에 숨어 있었다. 밥을 안 먹어도 영양제 들어간 수액을 맞혔으니 한동안은 괜찮을 거라고 하시긴 했다. 그런데 자꾸 숨는다. 정신병이 더욱 심해져ㅆㅂ니다.

아무튼 오늘은 그로부터 4일 정도 지났다. 꼬맹이는 아직도 숨긴 하지만 그래도 캣타워나 숨숨집 정도에 숨어있고, 내가 엉덩이를 두드려 주면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내 방에 들어오질 않는다. 전처럼 활동적이지도 않다.

그냥 존나 절망적이다……. 내 딸이 사춘기도 아니고 내 학대 때문에 날 피하는 기분이다. 그딴 사짜 씨발 병원에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원래 가던 병원에 갔어도…….

기침 증상이 재발하긴 했는데 이건 나중에 심해지면 다시 병원에 데려갈 셈이다. 일단 이번 달은 돈이 없다. 해봐야 다음 달에나 가겠지. 그런데 내 생각엔 그냥 꼬맹이가 헤어볼을 잘 토하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서 헤어볼 영양제나 이런 걸 좀 줘 볼까 싶다. 내가 주는 건 아직도 입에 대지도 않지만. 우울하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

사짜 병원에서는 약 한 달 반에 걸쳐서 내 고혈을 총 66만 8900원이나 뜯어갔다. 건강검진+췌장염 검사*2+약*2의 결과물이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혈액 검사+췌장염 검사+수액처치를 했다. 사짜 병원에서 했으면 한 30만원 나왔을 것 같다.

15만원 나왔다.

구관이 명물!! 동생이 동물병원 왕복 택시비로 음료 한 잔 값만 받는다고 해서 앞으로는 그를 택시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다들 동물병원 과잉 진료 조심하세요! 저는 이 씨발 새끼들에게 털려서 한 달 월급을 다 뜯겼습니다 진짜로. 시급 받으면서 일하는 알바의 동물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돈을 개털어먹다니 이 씨발 새끼들 저주 받아서 죽을끼다